[꽃다발, 지성과 영성의 나침반] 앤솔러지/마틴로이드 존스
앤솔러지는 그리스어 '꽃다발'에 그 어원이 있다고 한다. 여러 시대를 거쳐서,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모아놓은 것을 광범위하게 '앤솔러지'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책 앤솔러지는 영국의 의사이자 신학자였던 마지막 청교도라불리었던 마틴로이드 존스 박사의 설교집을 묶어 놓은 책이다. 앤솔러지는 우리나라 자음 'ㄱ'으로부터 시작하여 'ㅎ'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삶의 주제를 그의 설교 가운데에 추출해놓은 엑기스(?)와 같은 책이다. 마틴로이드 존스 박사는 영국 웨스트민스터 교회에서 설교하였던 학자이자 신학자요 목회자이자 그리스도의 제자였다. '설교가들의 설교가'라고 불리었으며 영국이 사랑한 지성 중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신학은 스스로를 칼빈주의적으로 설명하나 '칼빈주의'를 공개적으로 가르치거나 자신의 '칼빈주의자'라고 칭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책은 실로 충격적이다. 이 책은 참된 지성으로 가득차있으며, 참된 열정으로 도배되어 있다. 신앙서적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신앙서적 스스로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를 성경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모든 신앙서적 가운데에 그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수행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읽는 모든 이들을 성경 앞으로 겸허하게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최고의 안내자이자, 친절한 교사라고 확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앤솔러지는 일상의 작은 문제에서부터 삶과 죽음, 그리스도와 영생, 기독교 신앙에 관한 방대하고도 심오한 주제를 매우 간단하지만 명쾌하게, 깊이있지만 냉철하게, 뜨겁지만 심원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예리한 통찰과 탄탄한 변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교육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태국이라는 낯선 땅에 가게 되었다. 22살 청년에게는 삶의 변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건데 22살 청년의 그 선택은 최고의 선택이자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주변의 만류가 아주 많았었다. 가장 처음으로는 부모님의 만류가 있었다. 그 이유는 임용시험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것 같아서였다고 한다. 교육대학교 특성상 4학년 때는 모두들 죽은 듯이 공부만 한다. '임용'시험을 위해서다. 허나, 3학년 2학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임용 시험을 준비해야 할 아들이 머나먼 타국 땅에 홀홀단신으로 간다는 것이 내키지 않으셨던 것 같다. 또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생각한다. 2012년 1년 태국 비용을 총 합산해보니 950만원 정도가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임용에 합격 하고 늦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비용 문제, 건강이나 안전에 관한 보장이 없다는 부분들을 설명하시며 부모님께서는 태국 행을 만류하셨다. 부모님의 반대가 당혹스러웠지만 나의 마음 속에는 고집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어코 부모님께 치트키(?)를 쓰게 되었다. 첫째, 태국 1년 다녀온 뒤에 한 번에 임용에 합격할 것이라는 보장을 했다. 둘째, 비용은 내가 준비하고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셋째, 지금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첫째 둘째도 관건이었거니와 세번째 이유가 부모님의 마음을 돌이킨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태국에 가게 되었고 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코랏'이라는 곳에서 한국어 학원에서 봉사하며 교회의 사역을 함께 도왔다. 필사적으로 태국어를 배우며 그 곳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쯤 내가 만나게 된 책이 이책 '앤솔러지'이다. 책을 읽으며 탄식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무릎을 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로 이 때 처음 알았다. 책을 읽으려는 모든 순간이 차고도 넘치는 행복의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앤솔러지는 기독교 신앙에 관한 방대한 물음에 명쾌하고 시원한 답을 주었다.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못한 것들에 대해 대답해 주었고, 그 누구도 질문하지 않은 질문을 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나의 삶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었다. 이 책은 나의 지성과 영혼의 방패가 되어주었고 여전히, 내가 힘들고 지칠 때 가장 먼저 찾아 읽는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지성과 영혼의 자양강장제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의 첫째 역할은 '제사장'의 역할이며, 가족을 대표하여 하나님께 나아간다.
우리나라 말 'ㄱ'이 자음의 첫 글자이기에 '가족' '결혼'과 관련한 주제가 이 책 앤솔러지에는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무슨 뜬금없이 가족이나 결혼에 관한 말부터 하나 싶었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이라는 것은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이며 이 주제에 관한 철학이 정립되어있지 않다면 나는 올바르게 살아가는 첫 단추를 끼우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의지는 없다. 자유의지는 첫 사람 아담에게만 있었으며, 우리는 아담이 그 '자유의지'를 갖고 하나님과 죄 중에 무엇을 택했는지 성경을 통해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충격적이었다. 창세기 3장 이후 모든 인류는, 죄 가운데에 출생하며. 모든 인류는 예수님을 제외하고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로 살아간다는 주장이었다. 이 문장은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앤솔러지에서 말하는, 특히 마틴로이드 존스 박사가 설교 가운데에 전하고자 했던 '자유의지'에 대한 설명은 인간의 '행위의 의지'하고는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단순히 인간의 지성과 사고를 통해 자유롭게 행동하거나 선택하는 것에 관한 의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 인류는 경험하지 못한 숭고했고 지극히 높았던 절대적 '의지'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문맥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데 이는 인간의 타락과 '죄'에 관한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온전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청교도들이 범했던 가장 추악했던 죄악 하나를 꼽자면,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요하게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일 것이다.
책을 읽던 나는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누가 이런 문장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강요한다는 것은 '폭력'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이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 외침은 단순히 영접기도 몇 문장을 읊조리기만 하면 영생의 티켓을 얻게 되는 줄로 착각하게 만드는 오늘날의 전도 방식과 운동들을 심각하게 반추하도록 만든다. 이 외침은 그리스도인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만든다. 그리고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을 제발 좀 느끼라고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듯하다. 이 외침은 오늘날의 대형 교회와 번영주의적 한국 교회들이 단적으로 보여주는, 흔히 외적 성장에 미쳐버린 모습을 스스로 반성하도록 이끌어 준다. 이 외침은 전도의 방법으로인해 충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복음 자체의 충격이 얼만큼 온전히 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반추하게 만든다.
꽃다발과 같이 주옥같은 교훈과 웅변적인 가르침으로 가득찬 이 앤솔러지는 두고두고 나의 조용한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앤솔러지는 한 번의 포스팅으로 다 담기 어렵기에 시리즈로 출간하고자 한다. 이렇게 앤솔러지 첫번째 만남을 마친다.
'교육 > 독서나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들은 몰라요! 이해가 아닌, 인정의 눈으로만 보이는 세상.[구덩이/글:다니카와 슌타로, 그림:와다 마코토, 옮김:김숙] (0) | 2021.06.02 |
---|---|
[사랑스러운 미완성과, 찬란한 미성숙. 그러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와 친구] 꼴뚜기/창비문학 (0) | 2021.05.21 |
마음이 시키는 일을 찾아서 [1그램의 용기/한비야] (0) | 2021.05.18 |
[유대5000년의 지혜] 탈무드/육문사-지성의 '0'점 조절이 필요한 순간 (0) | 2021.05.13 |
차이나는 클라스 147회 [참교육과 독일의 교육] 후기 (0) | 2021.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