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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이 되면 국. 공립학교의 교사들은 몇 해전부터인지 굉장히 애매한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과 같이 괜스레 그날 하루가 조심스럽다. 스승의 날이 스승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라는 본래의 선한 취지와는 다르게 교사가 잠정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날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스승의 날 이전부터 각종 청렴 교육을 위시한 부정 청탁 방지 교육, 금품. 향응 및 각종 사례에 대한 감시와 견제로 교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낀다. 아니, 살얼음판을 걸어야만 한다고 부추기는 듯하다. 학기 초에 시작되는 학부모 상담 교육 기간에도 마찬가지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전체적인 대한민국 공직의 청렴도가 높아졌다는 것과 그것이 주는 각종 유익함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스승의 날이 여전히 불쾌하다.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다. 여전히 불편하다.

 

 

스승의 날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선생님한테 스승의 날에 선물 같은거 드려도 되나요?"

내가 농담반 진담반의 어조로 이야기했다.

"선생님 잡혀간다. 스승의 날이고 뭐고 아무것도 가져오면 안 된다."

 

옆에 있던 학생이 또 물어본다.

"어, 선생님 편지도 안 돼요? 꽃 같은 것도 안돼요?"

 

"얘들아, 해당 학년도의 평가 권한이 있는 담임교사, 전담 교사 등 자신이 속한 학교 교원에게는 어떠한 것도 선물하면 안 된단다. 편지를 주려면 학생 대표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줘야 한단다. 이것저것 복잡하지? 아무것도 주지 마렴."

 

 아이들은 김영란 법이 이렇게 엄격한 것이었는지 처음 알았다는 듯이 의아하단 표정을 짓는다. 

 

 스승의 날, 스승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를 표현하는 날. 이 날은 국공립 교사들이 잠정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 날이 되어버렸다. 무언가를 바라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오늘날의 풍토로 볼 때 스승의 날은 오히려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위축되게 만드는 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교사들이 나라의 미래를 선도하는 교육자로서, 하화자로서 최소한 그들의 전문성과 실력에 걸맞은 사회적 대우와 명예를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라의 존폐가 걸려 있었던 국치의 역사에서도 독립에의 열망은 비단 전쟁터에서의 전투뿐만 아니라 역사와 실력을 기르던 치열했던 교육의 현장에서도 이루어졌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하는 거대한 담론이며, 이를 담당하는 이 나라의 교사들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소신껏 교육을 담당하며, 그들의 철학과 열정으로 학생들을 마주하는 교사들에게 리스펙을 전한다. 

 

 

스승의 날, 오늘만큼은 당신이 잠정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억울한 날이 아니라고,

당신은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자 학생들을 바르게 안내하는 선한 나침반이라고,

당신이 희망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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