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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실패 경험담(1)-삼진아웃

 


 2014년 3월 1일자 국.공립 초등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700명 규모의 큰 학교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10명이나 되는 신규교사의 수가 입증하듯 지역에서 교사들이 힘들어하기로 소문난 학교였다. 악명이 높았기에 관내에서도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고, 관외에서도 들어가는 인원이 없었다. 따라서 신규 교사들로 그 공백을 메우느라 무려 10명의 신규 교사가 발령이 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쉬운 일이란 없다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5학년 아이들을 처음 맡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학교 교육과정과 예하의 학생 생활 규정 등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문서화(?)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5월이 되기 전까지는 1주일에 2~3일 정도는 늘 야근을 하며 각종 공문서 작성, 학급교육과정 작성, 환경 정리 등을 했던 것 같다. 생전 처음 배우는 일터에서의 업무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이들은 대부분 안내를 잘 따라주었고,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지 큰 사고는 없었다. 사고는 내가 쳤었다. 유난히 체격이 큰 남학생이 있었다. 흔히 '엄석대'라고 불릴만한 친구였고 또래에 비해 힘도 세고 목소리도 컸으며 다소 폭력적인 성향까지 있었다. 체구가 작은 친구들이나 여학생들은 은연중에 무시를 받으며 그 학생에게 손찌검까지 받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평소에도 폭력적인 언행이 있었기에 따로 불러서 주의를 주는 일이 많았다. 24살, 혈기왕성한 남자 선생님.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무섭게 야단을 쳤던 기억이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호되게 혼내느라 눈물을 보이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그 엄석대같은 친구의 행동은 늘 돌발적이었고, 우발적이었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물리적인 위협이 되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싫었고. 문제는 그 학생의 좋지 못한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정한 기준을 넘어섰을 때 발생했다.

 

여기서 나의 첫번째 실패 경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몇 교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전 수업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여름이었다. 앞에서 수업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맨 앞자리에서 짝꿍과 떠들던 그 남학생이 뭔가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큰 주먹으로 여학생의 눈가 앞까지 휙~ 하며 얼굴을 때리려는 시늉을 하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마지막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5~6차례 따로 불러서 설명도 하고, 야단도 치고, 학교폭력에 준하는 상황까지 가서 학부모님께 상담도 요청드리고 했는데, 그게 내 한계였나 보다.

 

남학생의 가방을 교실 뒤편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 남학생의 책상을 뒤편으로 들어 올려서 내동댕이 쳤다.

 

"너는 내 지도와 내 설명을 전혀 듣지도 않고, 바뀌려고도 하지 않으니, 심지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려고만 하니 더 이상 우리 반 학생이 아니다. 집에 가라"

 

교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교실 뒤편 사물함에 있던 그 남학생의 물건들도 던지다시피 밖으로 끄집어 냈다. 

색연필, 양치도구, 교과서 등등이 교실 뒤편에 어지러이 널려져 있었다.

나는 정말 화가나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었다.

그리고 책상도, 의자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던 남학생 코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삼진 아웃이다."

학급의 수업은 멈췄고, 모든 학생은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책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내 표정과 말투, 분위기가 아마도 많이 겁이 났던 것 같다. 24살, 혈기왕성한 청년이. 이성의 한계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교실 속 모습은 충분히 두렵고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눈과 귀를 막으라고 말했다. 나도 무슨 짓을 할 지 몰라 마지막 방어선을 친 것이었다.

그리고 살짝살짝 떨고있던 남학생 앞으로 다가가 말 없이 안아주었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힘을 사용해야하는 순간은 다른 사람을 보호하고 나와 누군가의 생명을 지킬 때란다."

뜨거운 눈물이 어깨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도 나의 행동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듯했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이대로 집에 보내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아서. 남학생을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선생님이 과격하게 행동하고 소리질러서 미안해, 다시는 이런 식으로 지도하지 않을게.” 남학생은 자기가 먼저 반성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종례 시간이 되어 아이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오늘 선생님이 보여준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OO이에게 먼저 미안하고, 모두에게 미안합니다. 선생님이 사과할게요.”

연말이 되었다. 그 이후로도 교과지도가 어려워 몇 번의 학부모 상담은 더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종업식 날 남학생의 어머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무 많이 듣던 목소리라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마지막 말씀이 1년간의 고생과 두려움을 정말 1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해 주었다.
“선생님, 1년간 우리 OO이 잘 지도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많이 바뀐지 몰라요. 그래서 그런데 죄송하지만 선생님께서 6학년 때도 담임을 맡아주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그 사건이 있은 후 군 제대까지 합쳐서 3년 정도가 지난 후 중학교2학년이 된 그 남학생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쳤었다.

“어, 혹시 OOO선생님 아니세요? 와! 쌤”
키가 훌쩍 커지고 멋져진 남학생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나에게 몸이 더 좋아져 보인다느니 오랜만이라 어색하다느니 너스레를 떨며 순수하게 나를 반겨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의 일은 생각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학생 지도를 향한 [열정]이, 나의 욕심과 구분되지 못하는 순간 [폭력]으로 변질된다는 것을 뼈에 새겨준 나의 첫번째 실패 경험담. 수치스럽고 부끄럽지만 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시행착오를 줄이게 하고 혼자만 두려운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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